가족을 위해 맛있는 식사를 준비하고 즐겁게 먹는 것까지는 참 행복한 시간입니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식사가 끝난 후 싱크대에 가득 쌓인 그릇들을 보면 한숨부터 나오곤 하죠. '이따가 할까?' 하며 자꾸만 미루고 싶어지는 것이 바로 설거지라는 큰일입니다.
이럴 때마다 흔히 말하는 '식세기(식기세척기) 이모님'이 계셔서 그릇들을 쏙 넣고 돌리기만 하면 얼마나 편하고 좋을까 하는 간절한 생각이 절로 들곤 합니다.
아쉽게도 식기세척기가 없거나, 혹은 식기세척기에 넣지 못하는 고급 와인잔, 코팅 프라이팬 등은 결국 우리의 손으로 직접 설거지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설거지를 '그저 세제를 묻혀 물로 헹구는 과정'으로만 생각하지만, 잘못된 순서와 습관으로 설거지를 하면 오히려 식기에 세균을 번식시키고 교차오염을 유발해 가족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남편이 기름 가득한 프라이팬부터 설거지하는 바람에 유리잔에서 제육볶음 냄새가 난다"며 부부 갈등을 토로한 사연이 큰 공감을 얻었습니다. 잘못된 설거지 순서가 어떻게 주방 위생을 망치는지, 전문가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올바른 설거지 순서와 위생적인 건조법, 식중독 예방 수칙까지 꼼꼼하게 정리해 드립니다.

1. 설거지 순서가 바꾸어 놓은 주방의 위생
젊었을 적 혼자 자취하면서 싱크대에 쌓인 설거지거리를 손에 잡히는 대로 씻곤 했습니다. 부피가 큰 프라이팬이나 냄비를 먼저 해치워야 싱크대가 넓어진다는 생각에 기름때 가득한 조리도구부터 세척하곤 했죠.
하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깨끗이 씻어 건조해 둔 유리컵에서 미끈거리는 유막이 느껴지고, 물을 마실 때마다 전날 먹은 제육볶음 냄새가 미세하게 올라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아무리 세제를 많이 써도 컵의 꿉꿉한 냄새가 사라지지 않아 고민하던 중,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덜 더러운 식기부터 가장 더러운 조리도구 순서'로 설거지법을 바꾸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컵에서 나던 불쾌한 냄새가 완전히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세제 사용량도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설거지 순서 하나만 바꾸었을 뿐인데 주방 위생과 삶의 질이 완연히 달라진 것입니다.
2. 올바른 식기 세척 순서와 과학적 이유
기름은 물 위로 떠오르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름기가 다량 묻은 프라이팬이나 냄비를 먼저 씻으면 싱크대 안의 세척수나 수세미가 기름으로 오염됩니다. 이 상태에서 유리컵이나 수저를 씻으면 기름 성분과 음식 냄새가 고스란히 옮겨 붙게 됩니다.
20년 경력의 푸드 칼럼니스트 나타샤 쇼(Natasha Sholl) 등 가사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가장 위생적인 설거지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1단계: 애클린 (사전 작업)
설거지를 시작하기 전, 모든 식기의 음식물 찌꺼기를 미리 비우고 키친타월 등으로 기름기를 최대한 닦아냅니다. 이 과정만 거쳐도 수세미의 오염을 막고 물 소비량을 대폭 줄일 수 있습니다.
2단계: 컵 및 유리잔류 (가장 깨끗한 식기)
기름기가 없고 입술이 직접 닿는 컵, 와인잔, 유리 그릇을 가장 먼저 세척합니다. 이때 세척수가 가장 깨끗하므로 얼룩이나 냄새가 남지 않습니다.
3단계: 수저, 포크, 가위 등 수저류
음식을 직접 입에 넣는 도구들을 두 번째로 씻습니다.
4단계: 밥그릇, 국그릇 (일반 식기류)
기름기가 적고 전분이나 국물 위주의 오염이 남은 일반 식기를 세척합니다.
5단계: 기름진 접시 및 조리도구 (가장 더러운 식기)
마지막으로 기름이 많이 묻은 접시, 냄비, 프라이팬 등을 세척합니다. 만약 설거지 도중 물이 기름으로 인해 너무 탁해졌다면, 물을 한 번 새로 받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가능한 한 뜨거운 물을 사용해야 기름때가 잘 녹아내립니다.
3. 세균 번식을 막는 설거지 금기 사항
위생적인 주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씻는 순서만큼이나 건조와 보관 방식이 중요합니다. 다음은 뉴사우스웨일스(NSW) 식품안전청 등이 경고하는 주의사항입니다.
행주 사용 자제 및 자연 건조 권장: 설거지를 마친 후 물기를 닦기 위해 행주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젖은 행주는 세균이 번식하기 가장 좋은 환경입니다. 오염된 행주로 식기를 닦으면 세균이 다른 식기로 옮겨가는 교차오염이 발생합니다. 설거지 후에는 식기 건조대에 올려 자연 건조하는 것이 훨씬 위생적입니다.
교차오염에 의한 식중독 위험: 육류, 생선, 달걀 등이 묻어 있던 조리도구를 씻은 수세미나 물로 일반 식기를 교차 세척할 경우, 살모넬라나 캠필로박터 같은 식중독균이 전염될 수 있습니다. 이는 복통, 설사, 구토 등을 유발하므로 날고기 등을 다룬 도구는 별도로 분리하여 소독·세척해야 합니다.
와인잔 거꾸로 보관 금지: 와인잔을 세척한 후 완전히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거꾸로 엎어 보관하면 안 됩니다. 내부 습기가 빠져나가지 못해 곰팡이 냄새나 물 얼룩이 생길 수 있으며, 잔에서 가장 약한 부분인 테두리(림)가 무게를 받쳐 손상될 위험이 있습니다. 와인잔은 똑바로 세워서 보관하거나 전용 걸이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4. 자주 묻는 질문 (FAQ)
Q1. 기름기가 너무 많은 프라이팬은 어떻게 설거지해야 하나요?
A1. 기름기가 많은 조리도구는 설거지통에 넣기 전, 키친타월로 기름을 완전히 닦아내야 합니다. 그 후 베이킹소다나 밀가루를 뿌려 기름을 흡착시키거나, 뜨거운 물과 세제를 이용해 단독으로 세척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른 식기와 섞이지 않도록 가장 마지막 순서에 씻으세요.
Q2. 수세미는 얼마나 자주 교체해야 하나요?
A2. 수세미는 습한 환경에 항상 노출되어 있어 세균의 온상이 되기 쉽습니다. 전문가들은 위생을 위해 수세미를 최소 2주~한 달에 한 번씩 교체할 것을 권장합니다. 사용 후에는 물기를 바짝 짜서 통풍이 잘되는 곳에 말려야 합니다.
Q3. 설거지할 때 꼭 뜨거운 물을 써야 하나요?
A3. 동물의 지방(기름기) 성분은 찬물에서 굳어 식기 표면에 잔류하기 쉽습니다. 따라서 기름때를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세균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미지근하거나 다소 뜨거운 물(약 40°C 이상)을 사용하여 세척하는 것이 과학적으로 올바릅니다.
출처
나타샤 쇼 (Natasha Sholl): 푸드 칼럼니스트 및 주방 위생 전문가 조언
뉴사우스웨일스(NSW) 식품안전청: 식기 세척 및 행주 위생, 교차오염에 따른 식중독 위험성 가이드라인